文, SLBM 참관 후 “北 ‘도발’ 억지력”…金 “北 헐뜯는 데 가세하면 맞대응 뒤따를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뉴시스, 청와대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부부장(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뉴시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인 지난 15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참관한 뒤 “언제든 북한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이라고 평했는데, 이에 대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수위 높은 비난을 쏟아내며 맞불을 놨다.

앞서 문 대통령은 SLBM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진 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게 아니라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뤄진 것”이라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맞대응으로 비쳐질까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뿐 아니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가진 뒤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점을 들어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거듭 ‘도발’로 규정했는데 이에 맞서 북한에선 김 부부장이 우리 측 SLBM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도 “남조선의 문 대통령이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란 말을 망탕 따라하고 있는 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특히 김 부부장은 문 대통령을 겨냥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 앉아서 북한을 이길 수 있다는 힘자랑이나 하는 게 대통령이 할 일인 것 같진 않아 보인다”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대방을 헐뜯고 걸고드는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해 도발하는 게 아니라 우리 당 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의 첫해 중점과제 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다. 남조선이 발표한 국방중기계획이 특정한 누굴 겨냥한 것이고 조선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일임을 스스로 인정한다면 우리도 한사코 남조선이 우리의 계획과 해당 활동을 걸고 든다 해도 무방하고 당연하다 여겨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거듭 “자기들의 유사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큰 유감을 표하며 장차 남북관계발전을 놓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책임을 문 정부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취했는데, 순항미사일에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로 점점 도발 수위를 높여가면서도 우리 군의 SLBM 시험발사일에 맞춰 그 직전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 비추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물타기 해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또 북한은 16일 노동신문을 통해선 전날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이 열차에서 발사되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는 철도를 활용해 북한 미사일에 대한 한미 군 당국의 선제타격 시도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와 함께 무력시위를 통한 대미 협상력 제고도 노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일단 미국은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지난 1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긴급 회의를 열기로 하고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서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 이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이웃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계속하고 그들이 대화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여전히 대화 가능성은 열어두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는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이번 일이 미국인이나 영토 또는 동맹국에 즉각적인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한국과 일본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은 여전히 확고하다”며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국무부와 상반된 평가를 내놓기도 했는데,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젠 사키 대변인 정례 브리핑에서 미 국무부와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상반된 논평으로 입장을 갈음해 사실상 북측에 경고와 대화 가능성이란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며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공을 넘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같은 미측 반응 때문인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여권을 중심으로 우리 정치권에서도 북측에 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5일 오후 SK바이오사이언스 R&D센터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와 함께 이번에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하는데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국가안전보장이사회가 소집됐다고 들었는데, 북미 간 대화, 남북 간 대화를 통한 군사적 긴장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더 적극적인 대화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울러 북한도 김 부부장이 남북관계의 완전파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우리는 그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한 데 비추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북한이 이번에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미국까지 겨냥한 ICBM이 아니라 한국만을 범위에 두는 800km였다는 점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 어느 미사일 시험발사 때 직접 참관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북미대화 여지를 남겨둔 ‘로우키’ 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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