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방위정책 대전환 추인…바이든 “역사적”
반격(反擊) 능력 발전, 미-일 동맹 강조
일본이 방패 대신에 창을 들었다
공동성명에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한국 압박
미, “일본·필리핀 등에 ‘극장’을 설치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대통령은 기시다총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다. (사진 /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가졌다. 바이든대통령은 기시다총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다정한 모습을 과시했다. (사진 / 뉴시스)

일본 정부가 안보문서 개정을 발표한지 오늘(16일)로 꼭 한 달이 되었다.

작년 12월 16일 오후 일본 각의(국무회의)는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계획대강’, ‘방위력정비계획’ 등 이른바 3대 안보문서를 개정하면서 ‘적(敵)의 미사일 공격’ 즉 북한으로부터의 탄도미사일 공격 등에 대처하기 위한 ‘반격능력 보유’를 명시했다.

비록 그 표현이 ‘반격능력’으로 바뀌긴 했지만, ‘적 기지 공격력’은 기본적으로 ‘아직 실현되지 않은 적의 공격’을 대상으로 한단 점에서 현행 일본 헌법상 ‘상대방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한정적으로 방위력을 행사한다’는 ‘전수(專守)방위’ 원칙과 충돌한다는 비판과 함께 평화헌법의 사실상 폐기라는 지적이 일본 내부에서도 계속돼왔다.

호사카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는 당시 반격(反擊)능력은 바로 선제(先制)공격과 같은 표현이라며 “적 기지에 대해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침략형’ 자위대가 된다는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일본의 조치는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일본발(發)’ 군비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만나 ‘적기지 반격 능력’(공격 능력)을 보유하고 방위비를 2배 이상 올린다는 일본의 계획은 “역사적”이라며 전폭적 지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기시다 총리와의 회담 머리발언에서 “일본의 역사적 방위비 지출 증대와 새 국가안보전략을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차대전 종전 이래 유지돼온 일본의 안보 원칙 및 정책이 대전환을 맞은 가운데 미국이 이를 추인하면서 일본의 거침없는 군사대국화에 날개를 달아준 것과 같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동맹에 대한 방어에 전념하고 있으며, 일본에 대한 방어는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일본과 미국은 최근 역사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했다”며 “일본은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근본적 방위력 증강을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이어 “두 지도자는 (양국) 장관들에게 일본의 반격 능력 및 다른 대응력의 발전과 효율적 적용을 위한 협력 강화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반격 능력 보유 등 일본의 공세적 안보 원칙과 정책을 미국이 실질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두 정상은 중국과 관련해서는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언급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과 중국의 영유권 분쟁 대상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도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따른 방어 대상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비난하면서 핵무기 불사용을 강조했다.

공동성명은 또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할 것을 재확인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납치(일본인 납북) 문제의 즉각 해결”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기시다 총리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2027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두 배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미국 대통령을 만나 전폭적 지지 의사를 확인했다. ‘전수(專守)방위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미-일 동맹에서 미국은 창, 일본은 방패라는 역할 분담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도 방패 대신에 창을 들게 되었다는 뜻이다.

미국은 일본을 지역 안보 문제의 주축으로 삼을 뿐 아니라, 그 외 영역에서도 안보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안보와 그밖의 분야에서 일본, 한국, 미국의 필수적인 3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표현도 들어갔다. 북한의 위협을 명분으로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 요구가 더 커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한-미-일 군사협력에서 한국의 역할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일본 밑에서 아시아 안보에 협력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로 읽힌다. 최근 대두된 강제동원 피해자 해법이나 후쿠시만 방사능 오염수 방류 등에 대해 일본이 미국을 배경으로 삼고, 한국에는 아무소리 말라고 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해졌다. 국력의 신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일본 앞에서는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다. 

지난 8일 제임스 비어맨 제3해병기동군사령관(중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에 대비하면서 과거(크림반도 합병 당시)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맞서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과정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중앙일보가 전했다.

비어맨 제3해병기동군사령관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미군이 필리핀, 일본 등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어맨 사령관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 공화국 합병 당시, 서방 국가가 지원해 우크라이나인 훈련과 물자 사전 배치 등 분쟁 대비를 진지하게 했었다”면서 이와 같은 이치로 “이를 ‘극장(theatre) 세팅’이라 부르는데 우리는 (우방인)일본·필리핀 등에 ‘극장’을 설치하고 있다”고 전하고, 또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필리핀·일본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군 지휘 구조를 빠르게 통합하고 연합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사카유지 세종대 교수는 미국의 극장설치를 2027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대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요코하마(橫浜)에 미군 280명 정도 들어온 것을 두고, 새로운 미군부대 기지를 만든다는 뉴스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서 극장설치란 기지설치, 진지구축의 은어로 보이는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미국은 동북아의 미래 분쟁에 대비해 일본에 기지를 설치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이 한국과 사전에 협의된 안보사항인지는 알 수 없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처음으로 방미한 기시다 총리를 백악관 건물 밖까지 나와 영접하며 어깨에 손을 얹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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